순찰차를 발견한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올려 도주합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중앙선을 넘으며 달아나는데, 경찰차가 어느 순간 추격을 멈춘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범인이 눈 앞에 있는데 왜 놓치는거야?"
왜 그런걸까요?
경찰의 목적은 범인을 잡는 것만이 아닙니다. 도주자를 잡으려다 시민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면 추격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경찰의 추격은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검거의 필요성과 위험을 계속 비교하는 의사결정입니다.
1. 추격을 시작하는 순간 새로운 위험이 생긴다

도주차량은 경찰차가 따라 붙으면 더 위험하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은 물론이고 보행자가 있는 골목이나 교차로까지 그대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순찰차까지 고속으로 따라가면 도로 위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위험 차량이 두 대 이상 생깁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의 도심이나 학교 주변, 보행자가 많은 골목에서는 상황이 더 위험해집니다.
따라서 경찰은 단순히 "범인이 도망간다"는 사실에만 집중할 수 없습니다.
도주자의 범죄가 얼마나 중대한지, 현재 속도와 교통량은 어떤지, 보행자가 많은지, 추격을 계속하면 시민에게 어느 정도 위험이 발생할지를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2. 범인을 놓치는 것보다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도 있다
예를들어, 단순 교통법규 위반 차량 한 대를 잡기 위해 시속 100km가 넘는 추격전을 도심에서 계속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범인은 잡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사망한다면 과연 성공적인 검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도로교통법이 교통사고 발생 후 필요한 조치를 욕하는 근본적인 이유 역시 도로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문제를 제거하고 교통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러한 취지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목표 역시 범인 검거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래서 추격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제3자에게 발생할 위험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추격 방식의 변경이나 중단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3. 추격을 멈췄다고 수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추격 중단을 "범인을 그냥 보내준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해가 생깁니다.
이미 차량번호가 확인됐다면 차량 소유자를 추적할 수 있고, CCTV와 방범카메라, 이동경로 등을 통해 사후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즉 현장에서 당장 붙잡는 것과 결국 피의자를 특정하고 검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결국 현장 경찰관은 여러가지 판단을 해야 합니다.
"잡을 수 있는가?" 하나 뿐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계속 추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인가?" 까지 판단해야 합니다.
범인을 놓친 책임은 눈에 잘 보입니다.
반면에, 추격을 중단해서 예방된 교통사고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찰의 추격 중단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검거 가능성, 범죄의 중대성, 현장의 위험, 그리고 신민의 안전을 매순간 저울질 해야 하는 의사결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