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맞았는데 왜 저까지 조사합니까?"
폭행 신고 현장에서 흔히 나오는 말입니다. 한 사람은 얼굴에 상처가 있고 다른 사람은 멀쩡하다면 누가 피해자인지 명확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상처가 더 큰 사람이나 먼저 신고한 사람을 곧바로 피해자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폭행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이 다쳤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일이 어떤 순서로 벌어졌느냐이기 때문입니다.
1. 먼저 신고했다고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112 신고는 사건의 시작점이지 판결문이 아닙니다.
A가 “B에게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신고했는데 현장에 도착해 보니 B는 “A가 먼저 때려서 밀쳤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이때 어느 한쪽 말을 바로 사실로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두 사람을 분리해 각각의 진술을 듣고, 누가 먼저 물리력을 행사했는지, 어떤 행동이 이어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처 역시 중요한 증거지만 그것만으로 공격의 선후관계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먼저 공격한 사람이 오히려 더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신고자 = 피해자, 상처가 큰 사람 = 피해자"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2. "저는 방어만 했습니다"도 확인이 필요하다
폭행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정당방위 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먼저 때렸다는 이유만으로 이후의 모든 행동이 자동으로 정당방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21조는 자신이나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예를 들어 공격을 막기 위해 상대를 밀친 경우와, 공격이 끝난 뒤 쫓아가 다시 폭행한 경우는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단순히 “누가 먼저 시작했나?”뿐 아니라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는지, 방어행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황이 끝난 뒤 추가적인 폭행이 있었는지도 확인합니다.
3. 결국 경찰이 찾는 것은 '전체 순서'다
양쪽 주장이 충돌하면 경찰은 객관적인 자료를 찾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CCTV, 차량 블랙박스, 휴대전화 영상, 목격자 진술, 상처와 현장 흔적입니다.
특히 영상은 “누가 먼저 때렸는가”뿐 아니라 사건 직전부터 직후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격자 진술도 무조건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기억은 카메라처럼 사건을 그대로 저장하지 않으며, 사건을 본 위치나 주의를 기울인 대상에 따라 기억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폭행 현장에서 경찰이 해야 할 일은 가장 화난 사람이나 가장 많이 다친 사람의 편을 즉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증거와 맞춰 보면서 실제 사건의 시간순서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왜 저 사람을 바로 가해자로 안 잡습니까?”라는 질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가?”
경찰 수사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즉,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따로 있는것입니다.
바로 경찰은 당시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진행 된 후입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있었던 일은 알 수가 없죠.
그렇기 떄문에 경찰관은 어느 한쪽의 말만 듣고 당신이 피해자, 당신이 가해자 라고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양측의 진술을 확인하고,
CCTV나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 상처와 현장 흔적 등 여러자료를 서로 대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과정은 대개 현장에서 즉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수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현장 경찰관이 바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단정하지 않는 것은 사건을 대충 처리해서가 아닙니다.
어느 한 쪽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직접 보지 못한 사건을 제한된 정보만으로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으려는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