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가 혹시라도 112신고를 하게 되는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 이야기를 듣던 경찰관이 '사건 하시겠어요?' , '사건 접수 하실건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고, 사건을 접수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1. 사건 접수를 한다는게 무슨 뜻인가요?
112 신고에는 정말 많은 종류, 정말 많은 사안들이 있습니다. 정식적으로 형사 사건으로 접수되어야 할 사안이 있고, 전혀 이치에 맞지 않아 접수되지 말았어야 할 사안(예 : 내가 무인 세탁소를 운영하는데 거기가 24시간 개방된 곳이긴 한데 내가 나오면서 출입문을 닫지 않고 나왔으니 문좀 닫아달라)도 있고, 구청에 말해야 할 사안(예: 우리 빌라 단지 공터에 작고 귀여운 치와와 한마리가 유기견 상태인것 같아요) 등등이 그것입니다.
어떤 신고든 일단 접수되면 경찰은 현장에 출동합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경우가 아니라면요(심지어 "우주에서 거대한 할아버지 얼굴이 나타나 나에게 전파를 쏜다"라는 신고에도 접수만 되면 출동하니 말도 안되는 것도 출동하는 것도 같네요). 어쨋든 어떤 사안에 대해서 경찰이 출동을 하고 신고자 혹은 관련자에게 사정 청취를 한 후에 '사건을 하실건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사안이 형사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는 경우거나, 혹은 민원인이 형사적으로 다룰일이 설령 아닐지라도 우기는 경우 두가지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종류든 사건 접수를 한다는 것은 그 사안이 형사적으로 다뤄진다는 것입니다. 신고자는 피해자로서 형사를 만나 피해자 진술 조서를 작성해야 할 수 있고, 피혐의자가 될 누군가는 범죄의 범인으로 의심받으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사안에 대해 경찰관이 필요한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2.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종종 사람들은 그냥 '겁을 주려고 신고를 했어요', '행동을 고치려고 신고를 했어요'라고 말합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너 이거 안하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라고 말하던 못된 습성(못된 습성 맞습니다. 아이 교육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더러 자신의 아이에 대한 훈육권을 포기하고 국가에 방기하려는 행위죠)이 그대로 나오는 것 같은 모습이죠.
그런데 경찰 신고는 그럴때 하는게 아닙니다. 경찰은 협박 단체가 아니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달라는 걸 다 해주는, 마치 클린스만의 '해줘 축구'같은 조직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또한 형사절차에 들어간다, 사건을 한다는게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이건 신고자의 의도가 뭐가 되었든 경찰이 피신고자의 행위가 범죄인지, 국가 형벌을 받아야 할 사안인지 검토한다는 것, 피신고자를 범죄의 혐의를 가진 자로서 의심의 대상으로 범인처럼 다루겠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는데 이걸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신이 지금 무슨 행위를 하고 있는지, 그 행위가 어떤 책임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채 아무 생각 없이 무지성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3. 사건 접수 후 큰 흐름은?
어째되었건, 사건이 접수된다면 대략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12신고 -> 경찰관 현장 출동 -> 신고자 혹은 피해자로부터 진술청취 및 진술서 작성 받음 -> 해당 사건에 대한 발생보고를 작성(만약 사람을 데려왔다면 체포라면 체포서, 임의동행이라면 임의동행서) -> 사건 일체를 해당 부서로 인계 -> 사건을 인수한 해당 부서의 사건 검토 -> 피해자 소환 -> 피해자로부터 진술 청취 및 진술조서 작성 -> 수사 행위 -> 피혐의자 소환 -> 피혐의자로부터 진술 청취 및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 수사 행위 -> 수사 종료 -> 기소 혹은 불기소 결정.
대략 이런 흐름으로 진행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고자들은 이런 것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냥 무지성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죠. 그들은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오는 강력범죄자들이나 경찰의 수사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자신의 무지성 신고도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은 딱히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게 실제인 것이, 좋다고 신고하고 사건 접수 하겠다고 해놓고는 자신을 왜 범죄자 취급을 하냐, 형사를 왜 만나야 되냐면서 언성을 높이고 패악질을 부리는 훌륭한 신고자들과 피신고자들이 꽤 많습니다. 정말 기묘한 일이죠. 그럴거면 왜 신고를 한 것일까요?
성인이 된다는 것, 시민으로서 산다는 것은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자신의 행위에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를 알고 행동을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