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하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CCTV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요즘은 거리와 건물 곳곳에 CCTV가 있기 때문에 영상만 확보하면 사건의 진실이 그대로 드러날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CCTV는 수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촬영한 것은 사건 전체가 아니라 특정 위치에서 특정 각도로 기록된 일부 장면입니다. 그래서 경찰은 CCTV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1. CCTV는 사건 전체가 아니라 '카메라가 본 장면'만 보여준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고 해보겠습니다.
영상만 보면 A가 B를 먼저 밀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촬영하기 직전 B가 A를 위협했거나 먼저 폭행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행동은 아예 찍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리는 녹음되지 않고 영상만 남아 있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당시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CCTV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결국 CCTV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지 몰라도,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2. 같은 영상도 앞뒤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영상에는 또 하나의 함정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가설과 일치하는 정보에 더 주목하기 쉽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A를 가해자라고 생각하면서 영상을 보면 A이 공격적인 행동이 더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A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보면 같은 행동을 방어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사건일수록 특정 장면만 잘라 보는 것이 아니라 사건 전후의 영상, 당사자 진술, 목격자 진술 등 다른 자료와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영상은 강력한 증거지만, 영상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3. 그래서 경찰은 CCTV와 다른 증거를 서로 맞춰본다
수사는 하나의 증거에서 정답을 찾는 작업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증거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A는 "저 장소에 간 적이 없다"고 말하는데 CCTV에는 A와 비슷한 사람이 찍혀 있따면 그것만으로 곧바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촬영시각은 정확한지, 실제로 A가 맞는지, 다른 카메라에는 어떤 모습이 찍혔는지, 차량이나 휴대전화 등 다른 자료와 일치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당사자의 진술이 CCTV와 일치한다면 그 진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경찰이 CCTV를 확보하는 이유는 영상 하나만 보고 사건을 결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CCTV가보여주는 장면과 진술, 목격자, 현장 흔적 등 여러 증거를 서로 대조하면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재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수사에서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CCTV에 무엇이 찍혔는가?”가 아니라, “이 영상은 다른 증거들과 함께 보았을 때 무엇을 말해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