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경비 경찰의 임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경찰이 경비를 서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쉬운데요.
경비 경찰은 주요 요인의 경호나 국가적 규모 행사의 경비 역할을 합니다.
2024.02.08 - [분류 전체보기] - 경비과 , 경찰의 업무 중 '경비'에 대해 알아보자
그런데 한중일 정상회의나 내달 6월에 개최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같은 커다란 국가행사가 있을 때 경비경찰 만으로 커다란 행사의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정상회의라는게 뭐고 왜 하는걸까
정상회의는 다양한 조직(주로 국가)의 지도자나 대표자가 모여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을 내리며 함께 협력하여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고위급 회의입니다. 당장 한중일 정상회의도 말그대로 한중일의 정상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이고 그래서 한중일 정상회의라고 불리죠.
그러면 이걸 왜할까요? 현대 사회는 기후변화, 건강 문제, 경제적 안정성 등과 같은 여러 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하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한 국가만이 해결하거나 수정하기에는 너무 거대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좀 더 협력적으로 여러 국가가 힘을 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한국과 일본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있을 경우, 한국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해 신경쓸 수 밖에 없고, 일본도 마찬가집니다. 이 때 국내의 미세먼지 발생을 각 나라가 알아서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죠? 이런 경우 미세먼지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세 나라인 한중일이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정상회의의 이유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여러가지 더 복잡한 이야기, 복잡한 원인,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표면적이고 대표적인 이유는 공동의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이나 상호 호혜적인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2. 그렇다면 경찰과 정상회의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처음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경찰은 중요한 행사에서 경비 업무를 합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국가의 중요한 행사인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경찰은 경비 업무를 하게 됩니다. 행사의 규모나 중요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경찰은 이런 행사가 다가오면 행사일을 중심으로, 혹은 행사 기간 내내 '갑호비상'을 발령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경찰관들의 연가가 중지되고 가용경력의 100%를 동원할 수 있게 되는데요. 이 내용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장 인터넷에 '갑호비상'을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이죠.
근데 이게 그냥 글로 보는 것과 실제 '갑호비상'의 피대상자이자 참여자가 되면 어떤 느낌일지는 아마 경찰관이 아니면 모를 것입니다(저는 전혀 알고 싶지가 않네요, 저는 제 여러가지 '호' 중에 '부운(뜬 구름)'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을 만큼, 내 갈길 바람따라 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말로 알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쨋든 그렇게 경비업무에 돌입하게 되면 경비부대인 기동대를 비롯하여, 기동대를 보조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에 조직되어 있는 예비부대가 경비 업무에 동원되게 됩니다. 물론 동원의 규모는 행사의 중요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말 엄청난 행사라면 치안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 모든 경찰관을 경비 업무에 동원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총력전을 펼쳐 국가 행사를 무사히 치뤄내죠.
3. 교과서적인 이야기 외 개인적 의견
앞서의 내용은 교과서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아주 간략하게 말하면, "국가의 행사에 경찰관이 동원되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국가 행사가 무사히 치뤄진다." 이런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이게 전부죠.
하지만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분명히 잊게 되는 한가지, 이 일을 치루는 각 개인의 이야기도 여기에는 존재합니다. 각 경찰관 개인의 이야기가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경비 업무 동원으로 이번 달 시간 외 수당이 늘어날까 기뻐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왜 동원되야 하는지 불만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소중한 사람들과의 일정이 갑호비상으로 인해 무산되는 아픔을, 또 어떤 사람은 거지같은 다른 일정을 동원 핑계로 피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왜일까요?
바로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특히 경찰은 준군사조직이라고도 불리고, 국가의 중대한 일에 여럿 개입하게 되는 만큼 그 업무와 임무 등이 다른 회사보다 덜 공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공부하는 경찰학이라든가, 심지어 대학의 경찰학 교재 등에서도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나열되어 있죠.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는 경찰관이 꿈이야", "나는 경찰이 될꺼야"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경찰관이 하는 일이 뭔지 모르는 채로 경찰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선택이 자신의 평소 성격, 자신의 평소 가치관 등과 얼마나 맞을지 그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니 고려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정보의 부재는 최근들어 늘어난 저년차 경찰관이나 공무원의 퇴직과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하게 될지, 이 일을 통해 내가 얻는것과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어릴때부터 알 수 있다면 이런 현상도 줄이고, 보다 더 직업에 접한한 인재가 자신과 더 맞는 직업을 가지고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되면 국가도 보다 더 사명감 넘치는 경찰, 자신의 입장보다 국민과 국가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경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이 국가의 안전, 국민의 치안 안전,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는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